오, 주님
주님의 길을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릅니다.
주님은 제게 타향에서 태어난 작고 무력한
아이로 오십니다.
주님은 저를 위해 자기 땅에 오시어 이방인으로
사십니다.
… 중략 …
주님의 탄생을 축하하면서도 저는
사랑받고 인정받으려 하고,
이 세상을 내 집 삼으려 하며,
저를 괴롭히는 그 자그마한 소외감에서 어떻게든지
벗어나려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느끼는 소속감보다
오히려 이따금씩 갖는,
집을 잃은 듯한 막막한 심정이
저를 주님께 더 가까워지게 하는 것임을 알게
하소서.
제가 주님의 탄생을 진정으로 축하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아늑한 내 집일까요?
낯선 타관일까요?
반겨 주는 친구들 틈일까요? 미지의 이방인들 틈에서일까요?
행복감 속에서일까요? 외로움 속에서일까요?
… 중략 …
주 예수님,
오셔서 제 심령 가장 비참한 곳에 저와 함께 머무소서.
여기가 바로 주님의 구유가 있을 곳이요,
주님께서 빛을 비춰 주실 곳임을 믿습니다.
주 예수님, 오소서, 오소서.
아멘.
(헨리 나우웬·천주교 사제이며 작가, 1932-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