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십자가(『한국의 모든 순교자들』의 날 (9월 26일)
올해로 131주년을 맞이하는 한국 성공회의 역사는 수많은 신앙의 선조들의 헌신에 기초해 있습니다. 이 분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이어가고 있는 신앙과 전통 그리고 교회는 존재하지 않았겠지요. 9월 26일에 우리는 특별히 한국 성공회의 모든 순교자들을 기억합니다. 한국 성공회 첫 한국인의 순교는 한국전쟁(6·25)때 일어났습 니다. 윤달용(모이서) 신부님, 조용호(디모데) 신부님, 이원창 (미카엘) 신부님, 임문환(모세) 신부님과 영국인 사제였던 이도 암(Albert William Lee) 신부님, 홍갈로(Charles Hunt) 신부님, 그리고 마리아 클라라(Mary Clare) 수녀님은 전쟁 중 피난하지 않고 교회를 지키다가 북한 공산군에 납치되어 감옥에 갇히거나 북으로 압송되는 도중 돌아가시고,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분들입니다.
“모닝캄”(The Morning Calm, 영국에서 발행된 한국선교 소식지)은 당시 성직자들이 피난하지 않고 교회를 지키는 것을 “자신들에게 맡겨진 신자들을 지키는 사목적으로 당연하고 올바른 결정”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신앙생활은 초대교회처럼 ‘순교’를 각오해야 하는 생활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순교하신 분들의 신앙을 분명히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자신만의 영적 만족이나 기복(祈福)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변함없이 주님과 복음과 교회와 세상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신앙의 뿌리는 순교자들과 이어져 있으며 시대의 상황은 다르지만 한 믿음 안에서 오늘 우리의 세상에 주님의 복음을 증거해야 하는 책임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