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세례요한 참수(斬首) 8월 29일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IS)는 자신의 신념을 위하여 사람을 죽입니다. 자신들의 종교적 혹은 민족적편견과 확신에 사로잡혀 살인과 테러로 세상에 엄청난 고통을 가져옵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진리(眞理)를 위하여 자신의 몸을 내 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례 요한이 그런 분입니다. 세례 요한은 참수형을 당하였습니다. 목을 베어 사람을 죽이는 참수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잔인한 처형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보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주고, 당하는 사람에게는 지독한 경멸심을 갖게하는 무자비한 형입니다. 20세기 초에야 없어진 이 무자비하고 흉악한 처형이 지금도 극단적인 이슬람 국가 몇 나라에 남아 있습니다.
참수는 우리 역사 안에 크고 깊이 새겨진 상처와 아픔을 되새기게 합니다. 조선 말기 관료의 폭정과 수탈에 시달리다 못해 일어섰던 동학농민전쟁의 전봉준 장군도 참수를 당했습니다.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는 한국 독립군들도 일본군의 무자비한 칼부림과 작두질로 참수를 당했습니다.
세례자 요한도 이런 형을 받았습니다. 성경을 보면 세례자 요한은 출생 전부터 예수님의 친구였고, 커서도 깊고 거룩한 마음으로 하느님 나라를 향한 꿈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 꿈은 다양한 권력으로 사람을 억압하며 짐짓 거룩한 체하는 사람들에게 회개를 촉구하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위선과 악행을 회개하며 물에 들어가 옛사람이 죽고 새사람이 되는 회개운동을 일으키며 하느님 나라 운동의 전면에 나섰습니다. 그렇게 불의하고 부도덕한 왕에 맞서다가 참수형이라는 참혹한 죽음을 맞았습니다.
교회의 전통은 세례자 요한 참수 축일에 단식하며 그의 죽음을 기리거나, 음식을 먹더라도 이 날은 칼을 쓰지 않고 둥근 쟁반을 쓰지 않았습니다. 이는 일상의 어떤 방법으로도 세상의 억압과 폭력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초대교회 기독교인들의 마음과 의지의 선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