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령강림절(聖靈降臨節, The Whitsunday, Pentecost)

성령강림절은 시기적으로 구약성경에 나오는 유대인들의 전통적인 절기인 오순절(五旬節)과 관련이 있다. 본래 오순절은 무교절기의 안식일 다음날, 수확한 보리나 밀의 첫 곡식단을 하느님께 드리는 초실절(初實節)로 시작하는 7주간의 추수기간이 끝난 뒤 풍성한 소출을 거두게 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일종의 추수감사절이었다. 영국에서는 이 날을 '휫트선데이'(Whitsunday)라 하는데, 이는 '화이트 선데이'(White sunday), 즉 '하얀 일요일'이란 말에서 유래되었다. 이는 성령강림절에 세례를 받는 사람들이 순결을 상징하는 흰옷을 입는 데서 유래한 명칭이다. 

유대교의 오순절이 오늘날 기독교 안에서 성령강림절로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예수님의 승천(昇天) 이후의 일이다. 예수께서는 승천 후 성령에 대하여 자주 말씀하셨으며(요한 14:16-24; 16:1-15), 제자들에게 성령을 받을 것을 명령하셨다(요한 20:22), 예수님의 약속대로 성령이 오순절 날 마르코의 다락방에 모여 있던 제자들에게 임하셨다.(사도행전1:4,5 2:1-4 성령을 받은 제자들은 각 나라의 말(방언;方言)을 하였고, 복음을 증거하여 일시에 3천 명이 구원받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오순절에 성령 체험을 한 후 제자들은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아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고 주님께서 맡겨주신 사역들을 지혜롭고 용감하게 감당함으로써 교회를 태동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상 모든 교회들은 성령 강림절을 교회의 주요 절기로 지키게 되었고, 이 날을 맞아 교회의 본질과 신자들의 바람직한 자세를 다시 점검하게 되었다. 

 기독교 복음이 강력한 추진력을 갖게 된 것은 성령의 임재를 체험한 제자들의 믿음 때문이었다. ‘메시아의 승천’ 이후 정신적 혼란(패닉) 상태에 빠져 있던 그들은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권능 있는 증인으로 재기했다. 그들은 성령의 힘을 의지하여 시대의 변화를 주도했고, 기독교는 역사 속에서 세상과 시대의 희망이 되었다.